"이제 국가 간의 마스크를 벗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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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희 부장
입력 2023-03-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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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드디어 마스크를 벗었다. 3년 만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의 상징이다. 방역조치로 도입된 마스크 의무 착용은 단순히 마스크를 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누군가는 마스크로 ‘단절’을 느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격리’를 경험했다. 마스크는 우리 사회에 도입된 또 다른 장벽이었다.

3년 만에 마스크를 벗었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마스크를 벗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도 생경하다.

직장, 업종, 국가 간에도 마스크는 존재한다. 2019년 발생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과의 마스크였다. 사드로 불거진 한·중 갈등과 이로 인한 중국과의 경제교류 차단 역시 또 다른 마스크였다.

새삼 1990년대 말 영화 '타이타닉' 개봉 시기가 떠오른다. 반미(反美)를 외치던 학생들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고 2019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처럼 관람 거부 물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타이타닉'의 국내 흥행은 성공했다. 왜일까. 정치와 별개로 문화적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는 기조가 ‘반미’라는 프레임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9년 거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흥행에 성공했다. '슬램덩크'의 흥행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단순히 일본 애니메이션의 박스오피스 상위권 진입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일본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K푸드의 인기는 경직된 한·일 관계를 부정하듯 일본에 뿌리를 내렸다.

정치적인 갈등은 국가 간 교류에 마스크다.
일본은 우리에게 소재·부품·장비의 수출을 금지했고 우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대응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직된 한·일 관계는 올해까지 진행됐다. 물론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방일로 양국 간 갈등의 매듭을 풀었기에 한·일 관계는 이전보다 나아질 게다. 그것이 설령 굴욕외교라는 것을 우리 국민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대도 과거보다 나은 양국 관계를 의심할 이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중국 국영 면세업체 CDFG가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에 출사표를 던졌다. 언론은 자본력을 앞세워 안방을 침탈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연일 쏟아냈다. 결론적으로 CDFG는 면세사업권 확보에 실패했다. 국내 면세업계가 외세를 이겼다는 것에 안도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CDFG 진출 전부터 쏟아진 우려는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연상케 한다.

국내 면세업계는 일찌감치 해외에서 맹위를 떨쳐왔다. 신라면세점이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롯데면세점은 베트남과 호주에서 한국 면세점의 저력을 알리고 있다. 싱가포르나 호주가 빗장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외국 자본을 배척하는 대신 소비자의 권익을 우선하는 행보를 보인 국가들로 인해 국내 면세업계는 글로벌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나친 애국주의는 고립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고립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면 무리일까.

국가 간 장벽은 오래전부터 허물어졌다. 국가의 이익과 별개로 문화적인 교류는 계속된다. 일본 사람들 사이에 낮에 한국을 비난하던 이들이 밤에 집으로 돌아가서는 한국 드라마에 열광한다는 우스개가 있단다.

3년 만에 마스크를 벗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은 이들이 매일 늘어난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식당은 오랜만에 손님들로 북적인다. 지난 3년간의 지루한 일상이 이제 점차 제자리를 찾아간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이른바 삼중고에서 대한민국이 자유롭기 위해 글로벌 행보는 필수다. 이제는 중국, 일본을 향해 쓴 마스크를 벗을 때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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