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송 전담 SPC 설립해 '법인세 공방' 웅진그룹...법원서 제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한지 기자
입력 2023-03-29 07:3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웅진그룹 [사진=연합뉴스]

회생 과정에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웅진그룹이 소득이 없는 SPC에 대한 법인세를 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웅진은 소득이 없는 회사에 법인세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영 판단의 결과로 발생하게 된 법인세 리스크를 국가가 면제해줄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주식회사 웅진(옛 웅진홀딩스)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웅진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26일 항소했다.
 
기사회생한 웅진, 소송 전담 SPC 설립···과세당국, SPC에 법인세 부과
재계 순위 30위권이던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채무액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자 2012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해 10월 회생절차가 시작된 웅진은 빚을 갚기 위해 교육출판‧환경생활‧태양광‧건설‧화학‧금융 등 8개 사업군에 걸쳐 14개에 달했던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웅진은 이듬해 12월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 회생 관련 소송 30여 건을 전담할 SPC '태승엘피'를 설립해 미확정 채무를 처리하기로 회생계획을 변경했다. 당시 태승엘피 자산 총계는 2412억원, 자본금은 5억원이었다. 태승엘피는 매해 거액의 현금성 자산에 대한 이자 수익을 얻었고 부인권 소송 수행 이외에 별도 사업을 수행하지 않아 사업소득이 이자수익과 거의 일치했다. 2019년 5월 회생절차 종결로 시장에 복귀한 웅진은 그해 12월 태승엘피를 흡수합병했다.
 
그러나 '미환류소득'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이 문제가 됐다. 미환류소득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을 투자·임금·배당 등으로 지출하지 않고 현금이나 예금 형태로 보관하는 수입이다. 현행 세법은 미환류소득 20%를 법인세(투자상생협력촉진세)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사내 유보금을 시장으로 유도한다는 취지다.

옛 법인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에 대해 소득이 환류하지 않으면 법인세를 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세무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법인세로 총 11억5355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웅진은 "경영상 판단에 따라 고의적으로 소득을 미환류하는 기업과 달리 태승엘피는 소송 전담 SPC로서 미환류소득 구조일 수밖에 없는데 일률적으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형평 원칙에 반한다"며 소송을 냈다. 
 
미환류 소득일 수밖에 없지만···法 "법인세 부과 정당"
1심은 과세당국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우선 웅진 자산 중 23%에 해당하는 2412억원을 태승엘피에 이전한 것은 웅진이 지주회사 요건(자회사 주식이 전체 자산 중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경영 판단의 결과로 발생하게 된 법인세를 국가가 면제해 주는 꼴이야말로 조세정의와 과세형평에 반한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미환류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한 입법 취지가 잘 반영됐다고도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미환류소득을 사내에 과다하게 유보하지 않도록 하려는 입법 취지가 드러난 결과"라고 강조했다.
 
조세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미환류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A회계사는 "미환류소득 자체가 현금을 500억원 이상 보유한 회사가 투자·배당 등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보니 회생 기업이 적용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번 사건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세범죄조사 부장검사 출신인 B변호사는 "대기업이 이례적으로 SPC에 약 2000억원을 넣어두고 세금을 안 내겠다고 하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웅진은 본지에 "법정관리 중 회생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2013년 태승엘피를 설립했던 것이고, 2015년에 신설된 미환류 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며 "이후 배당 등으로 소득을 환류하고자 했으나 법원 결정에 따라 환류할 수 없었고 이에 결국 세금이 과다납부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법인세 회피 목적이었다면 SPC를 설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