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사형 대신 무기징역?"…사형제도 존폐 논란 매듭 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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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5-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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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법원이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오랜 기간 평행선을 달려온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 논의가 다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 공개변론을 여는 등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사형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석준에게 지난달 27일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가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폐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위해 사형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수형인에 대해 가석방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교정당국에서 가석방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으로 형벌의 당초 목적과 효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석준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던 만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으로 최종 형을 확정한 것을 두고, 제도는 존재하지만 집행을 하지 않고 있는 사형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6년간 멈춘 사형 집행…"사형 폐지 및 근본적인 대안책 논의 필요한 때"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김영삼 정부 임기 말에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한 것을 끝으로 지난 26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1월이면 사형이 확정된 지 30년이 되는 사형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달 13일 부랴부랴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57개 정부기관을 상대로 사형 집행 시효 폐지를 위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형법 제77조는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고, 제78조는 '사형의 경우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된다'고 각각 규정한다. 그런데 사형 확정자의 사형 집행 시까지 수용 기간 동안 사형 시효가 진행되는 것인지 명시적 규정이 없어,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집행 시효인 30년이 지났을 때 사형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는 해석상 논란이 있다. 

하지만 집행시효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사형을 선고하고 정작 집행은 하지 않는다면 결국 사형수들의 미결수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집행시효 폐지와 대법원 판결로 사형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때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를 결론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행시효 폐지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제 사형 제도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이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제를 도입할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할 때인 것 같다"고 밝혔다. 
 
헌재는 세 번째 위헌 여부 심리 중…"입법적 결단 필요" 주장도

현재 헌재는 세 번째로 사형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사형제도는 헌재 위헌 심판대에 두 차례 올랐지만 결과는 모두 '합헌'이었다. 하지만 1996년 7(합헌) 대 2(위헌)에서 2010년 5(합헌) 대 4(위헌)로 위헌 의견이 늘어나 세 번째 심리에서 결과가 뒤집힐 지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헌재가 2010년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사형제도를 법률상 존치시킬 것인지 문제는 사형제도의 존치가 필요하거나 유용한지 또는 바람직한지에 관한 평가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판시한 만큼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형이 확정된 지 30년이 되는 사형수가 생기자 집행 시효 만료가 임박해서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사형제에 대한 논의에 소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입법부에서도 사형제 폐지에 대한 법안을 발의 했지만 임기 만료로 늘 폐기됐는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대체 입법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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