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정치사전] '돈 봉투 의혹'도 檢 기획수사?…부끄러움 모르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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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3-05-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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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정훈 기자]

검찰의 칼끝이 여의도를 향하면 대개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기획 수사'다. 어떤 의혹을 받던, 어떤 증거가 나오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기획 수사를 부르짖는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주요 피의자들 역시 궤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구속에 이어 이성만·윤관석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도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파악된 9400만원 이외에 추가 금품살포 정황을 규명하는데도 수사력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소환 역시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질수록 당사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2년 전 전당대회가 끝났고 제가 지금 정치도 안 하는데 소환해 정치기획 수사를 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의원도 지난 23일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리한 검찰의 야당 탄압용 기획 수사, 총선용 정치 수사에 맞서 당당히 싸워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검찰 수사를 '기획 수사'로 규정한 셈이다.

검찰 수사가 기획된 것이라는 비판은 피의자들의 '단골 멘트'기도 하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최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을 최종 확정받았다.

사전에 명시된 '기획'의 의미는 '새로운 일을 꾸미어 꾀함'이다. 두 사람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은 지금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돈 봉투 사건'을 꾸며 수사를 하는 셈이 된다. 검찰이 임의로 사실을 만들어 내고, 특정 인물을 지목해 수사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돈 봉투 수사가 단순 기획 수사'라고 주장하기에는 여러 의문점이 있다. 애초 수사의 발단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 때문이었다. 민주당을 탄압하기 위한 정적(政敵)의 밀고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또한 윤 의원에게 6000만원을 전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강래구 회장 역시 최근 검찰 조사에서 "돈 봉투를 받은 국회의원 6명의 이름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즉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혐의가 포착됐고, 증거와 관련자의 진술도 있다. 도대체 검찰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기획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보다 오히려 내부의 강도 높은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할 사안이 아닌가. 검찰은 압수수색과 특정 피의자의 구속 필요성을 소명하면서 영장을 발부받는 등 주요 단계마다 법원으로부터 통제받고 근거를 쌓아가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검찰이 기획수사를 벌인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돈 봉투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금권선거'로 치러졌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검찰의 의무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이 정말 결백하고 당당하다면 검찰의 수사를 '기획 수사'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조사·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주장을 증거와 논리로 반박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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