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법중개 관행 '중개보조원' 제도개선 목소리···사용자 책임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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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06-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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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중개보조원의 불법중개 행위로 인한 전세사기 사례가 다수 적발되며 중개보조원을 둘러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개보조원 고지가 의무화되고, 중개보조원 인원을 제한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불법행위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중개보조원 제도 개선뿐 아니라 보조원을 고용한 사용자의 책임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개보조원 고지의무화' 내용이 담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오는 10월 1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2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불법중개 행위 근절에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강서구 공인중개사 A씨는 "중개보조원 인원 상한이 생기고 사전고지 의무화가 됐지만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여전히 중개보조원들은 중개행위에 관여하고, 보조원들 간 허위매물, 갭투자 알선 등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조원의 역할은 △현장 안내 △일반 서무 등 중개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단순 업무 등으로 제한돼 있다.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할 수 없고, 중개 관련 영업·광고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실상은 중개보조원이 현장 안내 이외에도 매물 영업과 권리관계 설명 등 계약 과정을 전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A씨는 "보조원이 계약서 작성, 계약 진행까지 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공인중개사와 구분이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며 "공인중개사가 자격 없는 중개보조원에게 자격증을 빌려주거나, 깡통전세 위험이 큰 매물을 중개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일이 관행처럼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개 의뢰인 입장에서도 중개보조원, 공인중개사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맺은 영등포구 주민 B씨도 "계약 당시 중개보조원과 공인중개사의 차이를 몰랐고, 소위 '실장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매물 영업부터 계약과정 전반을 맡아 당연히 그분이 공인중개사인 줄 알았다"며 "뒤늦게 중개보조원 전세사기 문제가 이슈가 돼 확인해 보니 중개보조원이더라"고 말했다.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없이 교육비 4만원을 내고 4시간짜리 직무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또 중개사고를 일으켰을 때 공인중개사법상 처벌을 받지 않는 등 책임 부담이 약해 이를 악용한 불법 중개행위가 관례처럼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연도별 공제금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19년~2022년) 전체 중개사고 유형 가운데 중개보조원에 의한 고의사고 건수는 91건으로, 개업공인중개사 고의사고(56건)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중개보조원 고의사고로 인한 공제금 지급 비중은 7.2%로 개업공인중개사 고의사고(6.8%)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 2021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2년간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법을 어겨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없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개보조원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동작구 한 공인중개사는 "중개사간 경쟁도 과열인데 자격 없는 수많은 보조원들까지 중개를 하니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져 정직한 공인중개사들까지 피해 입는 상황"이라며 "공인중개사만 부동산 중개행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용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일선 현장에서 중개보조원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폐지론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개업공인중개사로 활동하지 않는 자격 소지자만 40만명에 달하는데, 전문성 없는 보조원들이 넘치다 보니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개보조원의 사용자인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고지의무화를 해도 일반 소비자들의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업무 권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사실상 고지의무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보조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례처럼 보조원들의 불법중개 행위가 이뤄진다는 것은 정부(지자체)가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인력, 예산 부족 문제라면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서라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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